시인의 마음을 찾아서


인사말

따사로운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가 엊그제인데, 계절은 어느 사이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시(詩)와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 분을 환영합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많은 사람들이 시와 시인의 본질에 관해 정의내린 바 있습니다만, 문학평론가 유종호의 말을 새삼 떠올려 봅니다.
‘시인이란 언어와의 사랑놀이를 평생토록 지속하는 사람이다. 그때그때의 낱말 선택에서 딴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자를 찾아내야 하는 시인은 개개 낱말에 대한 낭만적 사랑을 평생 고질로 앓고 있는 충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시는 언어와의 사랑이며, 그 사랑은 곧 사람과의 사랑, 세상과의 사랑이기도 합니다. 그 사랑의 결과로 남은 주옥같은 시와 시집들이 삼성출판박물관이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게 됩니다. 멀게는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민족어의 아름다움을 발양시켰던 시인들부터, 가깝게는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단(詩壇)의 풍경을 아름답게 수놓아 준 많은 시인들과 만나는 자리가 바로 이번 전시라 하겠습니다.
저희 삼성출판박물관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출판박물관으로서 다양한 분야와 성격의 출판물들을 소장, 관리하면서 여러 차례 기획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과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만, 문학이야말로 출판의 꽃이라는 점을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문학은 개인의 지성과 감성의 도야(陶冶)와 인격 형성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한 사회와 한 시대의 좌절과 영광의 자취를 오롯하게 담고 있는 그릇이자 거울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그러한 소중한 그릇과 거울들을 더욱 정성스럽게 갈무리하면서 여러 분들 앞에 선보이고자 배전(倍前)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여러 시인 선생님들을 모시고 여는 시 낭송회 행사도 함께 열립니다. 이번 전시와 낭송회 행사를 도와주신 서울시 측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모쪼록 시심(詩心)에 푹 젖어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6월
삼성출판박물관 관장 김종규

전시개요

한국의 현대시의 요람기 개괄

한국의 현대시는 육당 최남선이 1908년 발표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 신체시(新體詩)는 비록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숙하고 외국시를 모방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통 시가의 정형시적인 리듬과 운문체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상어로 시상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우리 현대시사의 선구적 위치를 차지한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우리 현대시도 동인지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동인지로 <창조>(創造), <폐허>(廢墟), <백조>(白潮)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동인지를 통해 주요한(朱耀翰) ·김억(金億) ·이상화(李相和) ·박종화(朴鍾和) ·이장희(李章熙) ·김석송(金石松) ·김동환(金東煥) ·양주동(梁柱東) ·변영로(卞榮魯) ·김소월(金素月) ·오상순(吳相淳) ·한용운(韓龍雲) ·남궁 벽(南宮璧) ·황석우(黃錫禹) ·홍사용(洪思容) 등의 시인들이 시단에 나와 우리 시의 요람기를 형성했던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주요한은 1919년에 발표한 ‘불놀이’에서 외재율(外在律)에서 벗어나 내재율(內在律)을 구사한 구어체 자유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한 김억은 정형시에 가까운 민요조의 시를 쓰는 한편으로, ‘오뇌(懊惱)의 무도(舞蹈)’라는 프랑스 상징파 시를 번역, 출간함으로써 우리 초기 시단에 큰 자극을 주었다.
만해 한용운은 불교적 세계에 바탕을 둔 시적 호흡으로 섬세한 언어를 구사하여 감미로운 연가(戀歌)를 읊었다. 그의 시집 ‘님의 침묵’(沈默)은 오늘까지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우리 현대시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용운은 3 ·1운동 주동자의 한 사람으로 일제에 저항하면서 죽는 날까지 지조를 지켰으니, 그의 그러한 남다른 지조는 강렬하고 고매한 시정신과도 상응한다.
한편 김소월의 시는 한국 민족 특유의 정한과 정서의 세계를 노래함으로써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우리 대표시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소월의 시는 소박한 가락 속에 고도의 예술성을 담고 있으면서, 우리 고유 정서의 본질을 함축함으로써, 만해의 시와 함께 우리 현대시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그밖에 퇴폐적이며 탐미적인 경향을 보여주기도 하고, 나라를 잃은 비애와 미래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기도 한 이상화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시인이다.
전근대적 미문투의 시나 기교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시가 많았던 현실에서, 이미지즘과 모더니즘 경향을 주도했던 시인 김기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모더니즘 경향은 김광균에 와서 크게 꽃피웠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그의 시는 리듬에 주안점을 둔 예전의 우리 시와 큰 차별성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감상성을 절제하면서 음악적 흐름을 자아내는 시 세계를 보여준 김영랑, 전원의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해낸 신석정, 김동명 등도 특기할 만하다.
1930년대 중반에는 몇몇 일간지에서 신문문예제도를 신설하면서 다수의 능력 있는 작가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이상은 무의지한 인간의 허무와 허망감을 묘사한 소설로 주목받으면서 시에서도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동인지 <시인부락>(詩人部落)에 시를 발표해 온 서정주는 한국시의 수준을 높여 놓았다. <문장>(文章)지를 통해 등단한 청록파(靑鹿派)로 알려진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은 각자 다른 시풍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가락, 한국적인 자연, 한국적인 전통미를 노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여주었다.
1945년 8 ·15광복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찾은 우리 시인들은 <백민>(白民), <신천지>(新天地), <학풍>(學風), <예술조선>(藝術朝鮮), <문예>(文藝) 등 여러 지면을 통하여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광복 직후의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과 그에 이은 6.25전쟁의 비극 속에서 우리 시단도 혼란과 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전후 사회가 느리게나마 점차 안정되면서 우리 시단도 예전의 수준에 필적하거나 그것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 현실참여, 이미지의 중시, 민요에 대한 현대적 인식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시 세계가 풍요롭게 펼쳐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詩)에 관한 명언들

시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시에 관해 나름대로 정의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특히 우리 시인 이산 김광섭(1906-1977)은 ‘시인’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아래와 같이 시인과 시인의 마음을 노래했다.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에 이천 원 아니면 삼천 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욱은 있는데
타는 노을은 가고 없다

“그 속에 한 조각의 애처로움도 없는 시는 씌어 지지 않는 편이 낫다.” – 오스카 와일드

“내가 시를 만든 것이 아니다. 시가 나를 만든 것이다.” – 괴테

“시는 가장 행복하고 가장 선한 마음의, 가장 선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 P. B. 셸리

“시는 마음속의 불꽃이고 수사학(修辭學)은 눈송이다. 불길과 눈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 칼릴 지브란

“시란 강력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다. 그것은 고요한 가운데 회상되는 감정에서부터 솟아난다.” – 워즈워드

“시란 덕(德)의 표현이다. 훌륭한 정신과 훌륭한 시적 재능은 언제나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 빅톨 위고

“시를 읽으면 품성이 맑게 되고 언어가 세련되며 물정에 통달되니 수양과 사교 및 정치생활에 두루 도움이 된다.” – 공자

“두 종류의 시인이 있다. 하나는 교육과 실습에 의한 시인, 우리는 그를 존경한다. 또 하나는 타고난 시인,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시인이란 그 마음속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깊은 고뇌를 감추고 있으면서, 그 탄식과 비명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면서 흘러나오게 되어 있는 입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 키에르케고르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면서 동시에 자기 시대를 그린다.” – T. S. 엘리어트

“시의 목적은 진리나 도덕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시는 다만 시를 위한 표현인 것이다.” – 보들레르

“나에게 시는 목적이 아니고 정열 그 자체다.” – E. A. 포우

“시란 본질적인 면에서 인생의 비평이다.” – M. 아놀드

“시는 여러분의 내부에 있는 추리하고 추론하는 부분을 잠재우는 것이다. 그리고 회상하고 느끼고 상상하는 부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C. D. 루이스

“시는 언어의 건축이다.” – 김기림

“한 편의 좋은 시를 읽는다는 것은, 영혼의 항아리 속에 향기로운 꽃을 꽂아두는 것과 같다.” – 이어령

“시는 우주의 생명적 본질이 인간의 감성적 작용을 통하여 표현되는 언어의 통일적 구상이다.” – 조지훈

목록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 최승범 / 혜화당 / 2004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오세영 / 문학사상사 / 1982
고향의 물 신달자 / 서문당 / 1982
구곡 김구용 / 삼신문화사 / 1978
구상 시선집 구상 / 서문당 / 1986
귀촉도 서정주 / 선문사 / 1948
그대 내 마음의 창가에 서서 박화목 / 보문출판사 / 1960
나의 시 나의 시론 한국시인협회 / 신층출판사 / 1960
농무 신경림 / 창작과 비평사 / 1985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 창작과 비평사 / 1979
님의 침묵 한용운 / 한성도서 / 1958
단장 민영 / 유진문화사 / 1972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유치환 / 동서문화 / 1960
목숨 김남조 / 수문각 / 1954
무순 박목월 / 삼중당 / 1976
바람춤 신석초 / 통문관 / 1959
박꽃 이희승 / 백양당 / 1947
백록담 정지용 / 문장사 / 1941
보리피리 한하운 / 정음사 / 1953
비비추의 사랑 권일송 / 지성문화사 / 1988
빛속을 나는 새 김춘옥 / 아티스트 / 2002
사랑이 가기전에 조병화 / 정음사 / 1956
사슴의 노래 노천명 / 한림사 / 1958
새가 그리는 시월 유경환 / 근역서제 / 1979
새벽 정한모 / 일지사 / 1975
선 ・ 공간 문덕수 / 성문각 / 1966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 범우사 / 1969
소월시 목판화집 열화당 / 1982
소월시집 김소월 / 정음사 / 1956
슬픈 목가 신석정 / 랑주문화사 / 1947
시문학 5월호 청운출판사 / 1966
시법 1970 봄 (창간호) 시인사 / 1970
시와 사랑 박두진 / 신층출판사 / 1958
시와 시론 제2집 백영사 / 1958
시와 의식 (가을 창간호) 시와 의식사 / 1975
시인들 제3집 9, 10월호 아주출판사 / 1972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 김후란 / 답게 / 2006
시집 풀잎 단장 조지훈 / 창조사 / 1952
시창작법 서정주, 조지훈, 박목월 / 선문사 / 1949
시화집 유치찬란 시 구상, 그림 중광 / 삼성출판사 / 1995
실내악 박희진 / 사상계출판사 / 1960
아름다운 새벽 마해송 / 민중서관 / 1961
어느 바람 고은 / 창작과 비평사 / 2002
어여쁨이야 어찌꽃뿐이랴 허영자 / 범우사 / 1977
영랑시집 김윤식 / 시문학사 / 1935
영시백선 양주동 역 / 탐구탕 / 1958
오후의 한강 황금찬 / 종로서적센터 / 1973
와사등 김광균 / 정음사 / 1939
월간시 3월호 월간시사 / 1975
육사시집 이육사 / 범조사 / 1956
의상 김상옥 / 현대사 / 1953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이근배 / 동학사 / 2006
지훈육필시집 조지훈 / 나남출판 / 2001
청록집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 을유문화사 / 1946
청마시초 유치환 / 청색지사 / 1939
청자부 박종화 / 고려문화사 / 1946
춘원시가집 이광수 / 광영사 / 1957
패랭이꽃 김동리 / 현대문학사 / 1983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 정음사 / 1955
한국해금문학전집 16 정지용, 임화 외 / 삼성출판사 / 1988
한국현대문학전집 시선집 12 최남선 외 / 삼성출판사 / 1978
한국현대시형태론 김춘수 / 해동문화사 / 1958
박두진 / 청만사 / 1949
해가 많이 짧아졌다 김종길 / 솔 / 2004
해방기념시집 중앙문화협회 / 1945
햇빛사냥 장석주 / bookin / 2007
헌사 오장환 / 남만서방 / 1939
현대시집 1 노천명, 김기림, 김영랑, 정지용 / 정음사 / 1950
현대시학 8월호 현대시학사 / 1973
현대조선명시선 서정주 / 온문서간 / 1950
현해탄 임화 / 시문학사
혼자 사는 집 성춘복 / 마을 / 1998
화형둔주곡 성찬경 / 정음사 / 1966
흰 책 정끝별 / 민음사 / 2002